드럼세탁기 청소, 꿉꿉한 빨래 냄새와 영원히 이별하는 법
갓 세탁한 옷에서 상쾌한 향기 대신 눅눅하고 꿉꿉한 냄새가 풍겨온다면, 문제는 옷이 아니라 바로 매일 사용하는 세탁기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탁기 내부에는 세제 찌꺼기와 물때, 섬유 찌꺼기가 뒤엉켜 곰팡이와 세균의 완벽한 서식지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애써 빤 옷이 오히려 더 오염되고, 심한 경우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얼마 전부터 빨래에서 원인 모를 냄새가 나기 시작해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섬유유연제를 바꿔보고 건조에 더 신경 써봐도 소용이 없었죠. 결국 범인이 세탁기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청소를 감행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효과를 본, 드럼세탁기 냄새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는 완벽 청소 방법과 깨끗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관리 노하우까지 전부 알려드리겠습니다.
냄새의 주범, 4대 핵심 구역 청소
본격적인 청소에 앞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고무장갑을 꼭 착용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주세요. 생각보다 지저분한 모습에 놀라실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물
* 과탄산소다 또는 시판용 세탁조 클리너
* 구연산 또는 식초
* 안 쓰는 칫솔, 작은 솔
* 마른걸레와 젖은 걸레 여러 장
1. 고무패킹, 곰팡이의 아지트
세탁기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회색 고무패킹. 이곳은 구조상 물이 항상 고여있어 곰팡이가 가장 쉽게 생기는 구역입니다. 저도 처음 이 안쪽을 들춰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 이물질 걷어내기: 고무패킹을 손으로 살짝 벌려보면 안쪽에 머리카락, 먼지, 정체 모를 찌꺼기들이 끼어있습니다. 우선 마른 휴지나 걸레로 큰 이물질부터 제거해 주세요.
- 곰팡이 박멸하기:
- 오염이 심하지 않다면: 마른 걸레에 사용하지 않는 치약을 묻혀 곰팡이가 핀 부분을 문질러 닦아보세요. 연마제 성분이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줍니다. 이후 젖은 걸레로 치약이 남지 않도록 여러 번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 곰팡이가 심하다면: 키친타월이나 휴지에 락스를 묽게 희석한 물을 적셔 곰팡이가 심한 부위에 착 붙여줍니다. 이 상태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방치하면 곰팡이가 불려지며 제거됩니다. 시간이 지난 후 휴지를 떼어내고, 락스 성분이 남지 않도록 깨끗한 젖은 걸레로 정말 여러 번 꼼꼼하게 닦아내야 합니다.
- 물기 완벽 제거: 청소의 마무리는 건조입니다. 마른걸레로 고무패킹 안쪽까지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해 주세요.
※ 주의사항: 락스를 사용하실 때는 반드시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해야 하며, 다른 세제(특히 식초와 같은 산성 제품)와 절대 섞어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유독가스가 발생해 매우 위험합니다.
2. 세제 투입구, 찌꺼기의 본거지
매번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는 이곳 역시 찌꺼기가 굳어 물때와 곰팡이를 만드는 주범입니다.
- 서랍 분리하기: 세제 투입구 서랍을 열어보면 보통 가운데 파란색 부분에 ‘PUSH’ 또는 ‘누름’ 표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누른 상태로 서랍을 끝까지 당기면 쉽게 분리됩니다. (세탁기 모델마다 분리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 구석구석 세척하기: 분리한 서랍을 미지근한 물에 담가 찌꺼기를 불린 뒤, 안 쓰는 칫솔에 세제를 묻혀 구석구석 문질러 닦아줍니다. 특히 섬유유연제가 담기는 칸은 끈적한 찌꺼기가 많으니 더 신경 써서 닦아주세요.
- 내부 공간 청소하기: 서랍을 빼낸 안쪽 공간도 놓치기 쉬운 포인트입니다. 이곳 천장과 바닥에도 물때와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솔이나 걸레에 구연산 수를 뿌려 꼼꼼히 닦아내 주세요.
- 건조 후 결합: 세척을 마친 서랍은 물기를 완전히 말린 후 다시 제자리에 밀어 넣어 장착합니다.
3. 배수 필터, 악취 역류의 통로
이곳은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 보푸라기, 머리카락, 주머니에 있던 동전이나 이물질이 걸러지는 곳입니다. 배수 필터가 막히면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세탁기 내부에 오염된 물이 고이게 되고, 썩은 물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게 됩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꼭 청소해야 하는 곳입니다.
- 위치 확인 및 준비: 세탁기 전면 하단에 있는 작은 사각 커버를 열어주세요. 필터를 바로 열면 남은 물이 쏟아져 바닥이 물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미리 걸레나 낮은 대야를 받쳐두세요.
- 잔수 먼저 제거하기: 커버 안을 보면 보통 가느다란 고무 호스(잔수 제거 호스)가 있습니다. 이 호스의 마개를 열어 남아있는 물을 대야에 모두 빼줍니다. 생각보다 많은 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 필터 분리 및 세척: 잔수를 모두 뺐다면 옆에 있는 커다란 원형 뚜껑(배수 필터)을 왼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분리합니다. 필터에 엉겨 붙은 머리카락과 이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칫솔로 문질러 씻은 뒤 물로 헹궈줍니다.
- 역순으로 조립: 청소가 끝난 필터를 다시 제자리에 넣고 오른쪽으로 단단히 잠가줍니다. 잔수 제거 호스 마개도 꽉 막은 후 커버를 닫으면 완료됩니다.
세탁조 완벽 살균으로 냄새 뿌리 뽑기
위의 과정이 눈에 보이는 오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세탁조(통) 내부와 뒷면의 묵은 때를 벗겨낼 차례입니다. 1~2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해주시면 좋습니다.
1. 과탄산소다 활용법
친환경 세제로 유명한 과탄산소다는 강력한 표백 및 살균 효과로 세탁조 청소에 탁월합니다.
- 세탁조에 직접 투입: 세제 투입구가 아닌, 세탁기 문을 열고 세탁조(스테인리스 통) 안에 과탄산소다 500g (종이컵 약 2~3컵)을 직접 부어주세요.
- 통살균 코스 작동: 세탁기 기능 중 ‘통살균’ 또는 ‘세탁조 세척’ 코스가 있다면 선택해서 작동시킵니다.
- 고온 설정이 핵심: 만약 전용 코스가 없다면, 표준 세탁 코스를 선택하되 물 온도를 반드시 60도 이상의 고온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과탄산소다는 찬물에서는 잘 녹지 않고 효과가 크게 떨어집니다. 뜨거운 물과 만나야 활성산소가 발생하며 제대로 된 세척 효과를 발휘합니다.
- 헹굼 추가하기: 세척 코스가 끝난 후, 헹굼 및 탈수를 1~2회 정도 추가로 작동시켜주면 내부에 남아있을 수 있는 찌꺼기까지 말끔하게 배출할 수 있습니다.
2. 시판 전용 클리너 사용법
과탄산소다를 구비하기 번거롭다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용 세탁조 클리너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품마다 사용법이 조금씩 다르므로 포장지에 적힌 사용법을 정확히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가루 타입은 세탁조에 직접, 액체 타입은 세제 투입구에 넣는 경우가 많으니 꼭 확인하고 사용하세요.
냄새 재발 막는 4가지 생활 습관
이렇게 힘들게 청소한 세탁기, 다시 냄새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평소의 작은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환기는 기본 중의 기본: 세탁이 끝난 후에는 귀찮더라도 세탁기 문을 항상 활짝 열어두세요. 세제 투입구 서랍도 살짝 열어두면 금상첨화입니다. 내부의 습기를 완전히 말려 곰팡이가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 세제는 정량만 사용하기: 세제를 많이 넣으면 빨래가 더 깨끗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입니다. 헹궈지지 않고 남은 세제는 세탁기 내부에 그대로 쌓여 찌꺼기와 악취의 원인이 됩니다. 반드시 제품에 표기된 권장 사용량을 지켜주세요.
- 젖은 빨래는 바로바로: 세탁이 끝난 빨래는 가능한 한 빨리 꺼내서 널어주세요. 특히 땀에 젖거나 축축한 옷을 세탁기 안에 오래 방치하는 것은 세균을 스스로 배양하는 것과 같습니다.
- 주기적인 청소 루틴 만들기: 배수 필터는 한 달에 한 번, 세탁조 청소는 두 달에 한 번. 스마트폰 달력에 알람을 설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청결한 세탁기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