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처럼 달콤한 손주를 품에 안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가요? 갓 태어난 아기의 포근한 냄새와 작은 손짓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실 겁니다. 하지만 이 설레는 기다림 속,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중요한 준비물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이라는 이름의 방패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잠잠했던 백일해가 다시 고개를 들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콜록, 콜록’ 100일 동안 쉴 새 없이 기침을 할 만큼 고통스럽다는 의미의 백일해는, 안타깝게도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와 영유아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어른에게는 그저 가벼운 기침 감기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이 바이러스가 아기에게 옮겨가면 폐렴, 경련, 심지어 뇌 손상과 같은 끔찍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아기에게 백일해를 옮기는 가장 흔한 감염원은 다름 아닌 가장 사랑하는 가족, 즉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손주에게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시죠? 그래서 오늘은 세상 가장 소중한 손주와의 건강한 첫 만남을 위해 예비 할머니, 할아버지가 꼭 챙겨야 할 ‘Tdap 예방접종’에 대해 A부터 Z까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중한 손주를 위협하는 백일해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됩니다. 전염성이 어찌나 강한지,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무려 80%에 달할 정도입니다. 특히 예방접종을 통해 항체를 만들기 전인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들에게는 그 위험이 더욱 큽니다.
“어릴 때 예방주사 다 맞았는데 괜찮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어릴 적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기본 접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 효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약해집니다. 보통 10년 정도가 지나면 백일해를 방어할 힘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은 백일해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한 어머님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밤새 기침을 멈추지 않아 응급실로 달려갔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검사 결과는 백일해. 감염 경로를 역추적해보니, 가벼운 기침을 하던 친정아버님에게서 옮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손주가 예뻐서 안아주고 뽀뽀했을 뿐인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에 아버님은 큰 충격과 죄책감에 시달리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백일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조용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선물, Tdap 예방접종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아기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가족 방패(코쿤 전략, Cocooning)’입니다. 코쿤(Cocoon)은 누에고치를 의미하는데요, 아기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예방접종을 통해 단단한 면역의 보호막을 만들어, 외부 바이러스로부터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이 바로 성인용 백일해 백신, Tdap 접종입니다.
예비 할머니, 할아버지가 Tdap 백신을 맞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는 태어날 손주에게 줄 수 있는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값진 ‘건강’과 ‘안전’이라는 최고의 선물이 됩니다. 사랑하는 손주를 마음껏 안아주고 뽀뽀해주기 위한, 어른들의 책임감 있는 사랑의 표현인 셈입니다.
Tdap 접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Tdap 접종을 결심하셨다면,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실 겁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핵심 정보만 쏙쏙 뽑아 정리해 드립니다.
1.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나요?
- 백신 이름: Tdap (또는 Tdpa) 백신
- 예방 질병: 파상풍(Tetanus), 디프테리아(Diphtheria), 백일해(acellular Pertussis) 세 가지를 동시에 예방합니다.
- 병원 문의 팁: 병원에 방문하여 “어른용 백일해 예방주사” 또는 “티댑(Tdap) 주사 맞으러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다셀’과 ‘부스트릭스’라는 이름의 백신이 주로 사용되며, 둘 중 어떤 것을 맞아도 효과는 동일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언제가 가장 좋은 시기인가요?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바로 다음 날부터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손주를 안전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아기가 태어나기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유롭게 출산 예정일 한 달 전에 접종을 완료하시는 것을 가장 권장합니다.
3. 어디서 접종받을 수 있나요?
Tdap 접종은 성인 권고 접종으로, 대부분의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합니다.
* 내과, 가정의학과: 가장 보편적으로 접종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 미리 전화로 문의 후 방문하시면 됩니다.
* 산부인과: 딸이나 며느리가 정기 검진을 위해 다니는 산부인과에 임산부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방문하여 접종하는 것도 편리한 방법입니다.
* 보건소: 일부 보건소에서도 접종을 시행하지만, 지자체 정책에 따라 임산부나 특정 대상에게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방문 전 반드시 전화로 접종 가능 여부와 대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4.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Tdap 접종은 안타깝게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이 때문에 병원마다 비용에 차이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4만 원에서 6만 원 사이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헛걸음을 방지하고 예산을 계획하기 위해 방문 전 병원에 전화로 비용을 미리 문의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함께 지키는 우리 아기 건강
가족 방패, 즉 코쿤 전략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면 할머니, 할아버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아기와 밀접하게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어른이 함께 동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예비 아빠: 엄마와 함께 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볼 아빠의 접종은 필수입니다.
- 형제, 자매: 아기에게 뽀뽀하고 함께 놀아줄 오빠, 누나, 형, 언니가 있다면 연령에 맞는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으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그 외 가족 및 돌보미: 함께 거주하는 삼촌, 이모나 아기를 돌봐주실 산후도우미, 베이비시터 역시 접종 대상에 포함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산부 본인의 접종입니다.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의 임산부가 Tdap을 접종하면, 엄마 몸에서 생성된 항체가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직접 전달됩니다. 이는 아기가 스스로 예방접종을 받기 전까지 백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 손주를 만나는 벅찬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건강 문제로 인한 걱정과 불안 대신, 오롯이 기쁨과 사랑으로 그 순간을 채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달력에 ‘Tdap 접종일’을 표시하고 가까운 병원에 예약 전화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강한 팔로 손주를 가득 안아줄 그날을 위해, Tdap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