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대표적인 다문화 프로그램인 ‘이웃집 찰스’에는 매회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수많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번역가이자 섬 선장으로 변신한 알리나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의 섬을 사랑하게 된 그녀의 특별한 인생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단순히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외국인의 삶을 넘어, 한국 문학의 거장인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낸 번역가로서의 치열한 삶, 그리고 그녀가 발견한 ‘진주 목걸이’에 얽힌 비밀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토지 번역가 알리나의 도전
알리나는 스무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홀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낯선 타국 땅에서 스스로 학비를 벌어가며 학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치열한 노력 끝에 대학원까지 졸업하며 전문적인 러시아어 통·번역가로서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후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거대한 도전이 찾아옵니다. 바로 한국 문학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산맥이라 불리는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토지’는 한국의 역사와 토속적인 정서, 그리고 방대한 분량과 독특한 방언 등으로 인해 한국인 번역가에게도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알리나는 이 거대하고 묵직한 문학적 텍스트를 러시아어권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했습니다. 단순한 단어의 치환을 넘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한국 특유의 한(恨)과 정서, 시대적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풀어내는 과정은 그녀의 언어적 영혼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대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녀의 내면에는 단순한 번역가를 넘어선 예술적 깊이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운명을 바꾼 통영과의 만남
치열했던 ‘토지’ 번역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알리나는 가슴속 깊은 여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박경리 작가의 문장에 오랜 시간 몰두하며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남달라진 그녀는, 자연스럽게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곳이 바로 경상남도 통영시에 위치한 박경리 작가의 묘소였습니다.
번역가로서 원작자의 영혼이 깃든 공간을 찾는 행위는 매우 성스럽고도 감정적인 경험입니다. 알리나 역시 복잡하고 치열했던 17년간의 서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통영으로 향했습니다. 박경리 작가가 잠들어 있는 묘소 주변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알리나는 그곳에서 그동안 쌓였던 정신적 피로를 내려놓으며 깊은 사색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뒤흔드는 운명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진주 목걸이 정체의 비밀
알리나가 통영 박경리 작가의 묘소에서 발견했다고 말한 ‘진주 목걸이’는 사실 손에 쥘 수 있는 보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묘소 앞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통영 다도해의 눈부신 비경을 비유한 예술적 표현이었습니다.
묘소 앞 언덕에 서서 푸른 남해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 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햇빛을 받아 은빛과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그 위에 수놓아진 초록빛 섬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푸른 비단 위에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걸어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의 영혼이 머무는 곳에서 바라본 이 다도해의 풍경은 알리나에게 엄청난 미학적 충격과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움에 매료된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강렬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빽빽한 빌딩 숲과 소음으로 가득 찬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한국의 섬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살고 싶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 것입니다. ‘진주 목걸이’의 비밀은 결국 자연이 선사한 눈부신 풍경이자, 알리나의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운명의 열쇠였습니다.
서울을 떠나 섬 선장이 되다
도시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섬으로 가겠다는 결심은 단순한 동경이나 낭만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알리나는 진정한 섬사람이 되기 위해 상상 이상의 현실적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섬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자격증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생소한 해양 전문 용어를 익히며 공부한 끝에, 그녀는 선박 조종 면허, 인명 구조 요원 자격증, 해기사 자격증 등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격증들을 차례로 취득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끈기와 열정으로 하나씩 증명해 나간 것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알리나는 마침내 본인의 배인 ‘알선장호’를 마련하여 직접 키를 잡고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넓고 푸른 남해와 서해의 물길을 직접 운전하며 섬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도전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시련을 딛고 보길도로 향하다
하지만 낯선 섬에서의 정착 생활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알리나는 처음 군산의 아름다운 섬 ‘명도’로 이주하여 펜션을 운영하며 완벽한 섬 주민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장벽과 예기치 못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정착 생활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깊은 아쉬움을 안은 채 명도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누구보다 섬을 사랑했기에 그 실패와 아픔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나의 섬을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련을 겪은 그녀는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희망을 품고 전라남도 완도군의 보길도로 향했습니다. 보길도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빈집을 알아보며 또 다른 출발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도전은 정착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군산 연도 등 다양한 섬을 배로 직접 찾아다니며 소박하지만 따뜻한 섬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만의 맞춤형 배를 직접 제작하기 위해 선박 제조업체에 입사하여 배 제조 기술까지 배우기 시작하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섬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고유한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사회적 기업 공모 면접에도 도전하는 등, 단순한 귀촌을 넘어 섬을 가꾸고 상생하는 멋진 사업가이자 크리에이터로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Q&A
Q1. 알리나가 번역한 소설 ‘토지’의 번역 작업이 왜 대단한 평가를 받나요?
A1.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 깊이 있는 인물 묘사, 그리고 다양한 한국 고유의 토속어와 방언들이 혼재되어 있어 번역 난이도가 극도로 높은 작품입니다. 외국인 번역가로서 이러한 한국의 정서적 깊이와 역사적 고뇌를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매끄러운 러시아어로 풀어냈다는 점 자체가 문학계에서 엄청난 도전이자 값진 성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Q2. 방송에서 알리나가 언급한 ‘진주 목걸이’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A2. 실제 진주로 만든 장신구가 아니라, 경남 통영의 박경리 작가 묘소 앞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 다도해의 풍경을 비유한 예술적 표현입니다. 푸른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어져 반짝이는 아름다운 섬들의 모습이 마치 바다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놓은 것 같다는 감동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Q3. 알리나가 섬 생활과 항해를 위해 직접 취득한 전문 자격증은 무엇인가요?
A3. 섬에서 직접 배를 운전하고 안전하게 활동하기 위해 선박 조종 면허를 비롯하여, 위급 상황에 대비한 인명 구조 요원 자격증, 그리고 전문적인 선박 운항 능력을 증명하는 해기사 자격증 등을 스스로 공부해 취득하였습니다.